심혈관 질환(CVD)은 여전히 세계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를 예방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비타민 C가 단순한 면역 강화 영양소를 넘어 심혈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임상 사례와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비타민 C 결핍이 불러온 '심장 위기'
2024년 5월, 미국 템플대학교 병원의 Liam S. Flanagan 박사는 한 가지 놀라운 사례를 발표했습니다. 45세 여성이 극심한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병원에 내원했고, 진단 결과는 폐동맥고혈압(PAH)과 급성 우심부전. 하지만 원인은 놀랍게도 비타민 C 결핍으로 인한 '괴혈병'이었습니다.
산소 보충과 PAH 치료 약물에 더해 고용량 비타민 C를 투여하자 환자는 빠르게 호전되었습니다. 이는 비타민 C가 단순한 면역 영양소 이상의 기능을 하며, 심혈관계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의미 있는 사례입니다.
산화질소와 염증, 그리고 비타민 C의 연결 고리
우리 몸의 혈관은 산화질소(NO)를 통해 확장되고, 원활한 혈류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염증이 심해지면 산화질소가 줄어들고, 혈관은 수축하여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집니다. 비타민 C는 이때 산화스트레스를 줄이고, eNOS를 활성화시켜 산화질소 생성을 도와줍니다.
또한, 비타민 C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을 억제하고, 활성산소종(ROS)의 생성을 줄여 혈관 내피세포를 보호합니다. 내피세포의 건강은 곧 심장의 건강과 직결되므로, 비타민 C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고용량 비타민 C, 혈압과 염증을 낮추는가?
고용량 비타민 C 보충이 실제로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줄였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하루 2000mg의 비타민 C를 7일간 섭취했더니 수축기 혈압이 3.37%, 맥압은 6.03%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으며, 심폐 우회술 환자에게 비타민 C를 정맥 주사한 결과 산화스트레스와 적혈구 손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비타민 C 1000mg/일 보충이 급성 염증성 사이토카인인 IL-6을 낮췄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만성 염증 상태에 있는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비타민 C, 하루 얼마나 먹어야 할까?
비타민 C의 권장 복용량은 연령과 성별,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성인 남성은 하루 90mg, 여성은 75mg이 권장되며, 흡연자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추가 복용이 필요합니다. 이는 흡연이 비타민 C를 빠르게 소모시키기 때문입니다.
고용량 복용, 언제 어떻게?
질병 예방이나 회복을 위해 고용량 비타민 C를 복용할 경우, 하루 500~2000mg까지 복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감염 회복기나 염증 수치가 높은 경우, 항산화 및 항염 효과를 기대하고 고용량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인 고용량 복용은 신장결석 등 부작용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 후 신중히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비타민 C, 콜라겐 생성과 혈관 구조 강화까지!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며, 이는 혈관과 심장을 구성하는 조직의 구조적 안정성에 매우 중요합니다. 혈관 벽이 튼튼해야 고혈압 등으로 인한 손상을 줄일 수 있으며, ECM(세포외기질) 리모델링과 조직 회복에도 비타민 C가 관여합니다.
또한, 지질대사 개선과 LDL(저밀도 지단백)의 산화 억제를 통해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을 늦추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임상적으로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비타민 C의 이 같은 다양한 기능은 주로 시험관과 동물 실험을 통해 입증되었습니다. 사람 대상의 대규모 임상시험은 부족하지만, 최근 메타분석에 따르면 비타민 C 섭취가 관상동맥질환(CAD)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향후 체계적인 임상시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더 명확한 결론을 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방 차원에서 비타민 C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은 심혈관 건강을 위한 간단하고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비타민 C, 심장을 지키는 일상의 습관으로
비타민 C는 더 이상 단순히 감기를 막는 영양소가 아닙니다. 염증을 줄이고, 혈관 내피를 보호하며, 콜라겐 합성과 지질대사까지 돕는 '심장 지킴이'입니다. 하루 식단에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포함시키고, 필요한 경우 보충제를 활용해 비타민 C를 꾸준히 섭취해 보세요.